Pete Seeger(1919-2014)
2007.02.23. Friday
인터내셔날 (internationale)
언젠가 홈페이지에서 Pete Seeger에 대해서 한번 써 보겠다고 했는데 몇 년이 지나서도 현재 진행형 혹은 미래 완료형이다. 장수하는 집에서 태어난 피트 시거 (1919년 생)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 이며 1990년대에 써 놓은 자신의 전기를 수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생각이 미칠 때 마다 음반과 인터넷, 그리고 지난 신문 자료를 중심으로 자료를 가끔 찾고 있는 중인데, 살아온 날 만큼이나 알차게 들어 찬 인생이 거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고 꼭 한번 정리를 해 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피트 시거의 음반 중 Singalong: Live at Sanders Theatre, Cambridge, Massachusetts, 1980 [LIVE] 에 실린 The Internationale 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피트 시거는 이 노래를 기타와 함께 영어와 (영어처럼 들리는) 불어로 부른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간단히 이 노래의 역사적 배경에 설명하는데 이야기는 어렵지도 않지만 자세하지도 않다. 한대수가 읊조리는 ‘호치민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와 같이 피트 시거도 ‘오래전 파리에서는.’ 하며 할아버지가 ‘옛날 옛날에’ 하듯 이야기 한다. 감동이란 더디게 오지만 오래간다고 하듯 기억에 많이 남는다. (Pete Seeger, 인터내셔날에 대한 소개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e 그리고 Internationale )
The Internationale (2000) 는 인터내셔날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 피트 시거와 빌리 브래그(Billy Bragg)의 인터뷰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대략 30분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여러나라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이른바 ‘Internationale & Me’ 에 관해 이야기 한다. 노래! 인터내셔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스페인 내전의 현장에서, 필리핀의 농촌에서, 천안문 광장에서 그리고 워싱턴의 광장에서 인터내셔날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들려준다. 진보와 희망의 상징이었던 인터내셔날을 어느날 소비에트가 자신의 국가로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에 이중감정을 느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춘 빌리 브래그의 노래를 듣는 것도 한 가지 즐거움이고, 한 층을 가득 매운 여성들의 인터내셔널 합창을 듣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보너스로 들어있는 29분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편인데 음악가 토스카니니 (Arturo Toscanini)가 등장하는 ‘Hymn of the Nations’ 이다. 2차 대전 중에 동맹국들을 도왔던 많은 이탈리안-아메리칸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장면은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NBC 오케스트라가 ‘Hymn of the Nations’를 연주하는 장면에 할애된다. 원래 전해졌던 같은 이름의 베르디의 음악을 토스카니니가 각색한 것인데 듣다 보면 귀에 익숙한 두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바로 ‘인터내셔날’과 이어져 나오는 ‘미국 국가’ 이다. 토스카니니의 연주장면을 직접 보는 즐거움과 인터내셔날레를 들을 수 있는 즐거움과 환희의 송가처럼 터져 나오는 미국 국가를 같이 듣는 불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공유사이트에서도 잘 구할 수 없으니 하나 소장해서 나누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존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2024년 10월 날짜로 Youtube에 검색하니 전체 동영상이 있다!)
누군가는 Che는 사라지고 Hasta Siempre라는 상품만 남았다고 한다. 또 역사는 간데없고 Internationale만 남았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것은 과연 ‘노래’ 가 아닐까? 인터내셔날에 관한 다양한 버전의 노래말이 있는데 아래의 가사가 가장 인상적이다.
마/지/막/판/가/리 싸움!!!
일어나라 저주로인 맞은 주리고 종된 자 세계 우리의 피가 끓어 넘쳐 결사전을 하게하네. 억제의 세상 뿌리 빼고 새 세계를 세우자. 짓밟혀 천대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이 되리. [이는 우리 마지막 판가리 싸우미니 인터나쇼날로 인류가 떨치리. 이는 우리 마지막 판가리 싸우미니 인터나쇼날로 인류가 떨치리 ] 하느님도 임금도 영웅도 우리를 구제 못하라 우리는 다만 제 손으로 헤방을 가져오리라 거세인 솜씨로 압박 부시고 제것을 찾자면 풀무를 불며 용감히 두드려라 쇠가 단김에 우리는 오직 전세계의 위대한 로력의 군대 땅덩어리는 우리의것이니 기생충에게는 없으리 개무리와 도살자에게는 큰 벼락 쏟아져도 우리의 머리 우에는 찬란한 태양이 비치리
다른 가사의 우리말 노래는 최도은 가수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세상을 바꾸는 노래
2011.11.2. Wednesday전자책의 가장 큰 불편한 점은 책 읽은 “자세”가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서는 그냥 책이 편하더군요. 킨들을 지난 두어달 동안 주로 침대맡, 화장실 혹은 버스 기다리는 야외 벤치에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읽다보니 지난주 1700 MLK 화장실에서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 Pete Seeger and the Power of Song (New Narratives in American History)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정확히는- Next Page 키를 마지막으로 눌렀습니다!).
Pete Seeger 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은 Dunaway, David (2008), How can I keep from singing? The ballad of Pete Seeger. New York: Villard Books (원래 1980년에 출간된 책의 수정/증보판) 이라고 합니다. Dunaway가 글쓴이지만, 시거가 책의 본문과 각주에 걸쳐서 한번은 빨간색으로 또 한번은 검정색으로 수정을 볼 정도로 저자와 저술대상이 특별하게 밀착된 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2009년 4월에 출간된 Wilkinson, Alec (2009) The Protest Singer: An Intimate Portrait of Pete Seeger가 있습니다. 킨들에 넣어 놓았으나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400 페이지가 넘는 Dunaway의 책 보다는 아주 부담이 적은 150페이지 정도의 책입니다. 뒷부분엔 시거에 관한 반미활동조사위원회 (House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의 내용이 부록으로 붙어있는 책이니 실제적인 분량은 꽤 단촐한 셈입니다. 저 책들을 다 읽고 나면 시거에 관해서 좀 더 알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지금은 대답은 [글쎄요?] 입니다. 조금 더 읽으면 그때 조금 더 정리해 보도록 하지요.
오늘은 간략한 느낌/생각만 적어 볼려고 합니다.
저의 1987년 겨울을 함께 한 책은 ‘김민기’ 였는데요 – 같은 책은 2004년에 증보판이(지하철 1호선과 비평, 대담 등의 추가) 나왔습니다. [김민기의 노래는 단순한 ‘들음’의 노래가 아니라 함께 ‘부름’의 노래다] 정도로 기억되는 김창남의 소개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거를 읽으면서 그 김민기論을 떠 올렸습니다. 시거는 함께 부르는 노래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함께 하는 노래는 서로에게 보배움의 기회다. “Singing together created a sense of social cohesion. It involved people in a shared activity. It could foster a common understanding.” “Singing together, you suddenly find out there’s things that you can learn from each other that you wouldn’t learn with arguments and which you might not learn any other way”
노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지만 – 그건 책도 연설도 마찬가지다 – 노래는 강함을 꿰뚫는다. 스멀스멀. “Songs won’t save the planet. But, then, neither will books or speeches….Songs are sneaky things. They can slip across borders. Proliferate in prisons. Penetrate hard shells. 그래서일까요? 위정자들은 여전히 금지곡, 금서, 반입금지,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의 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거가 자주 인용하는 플라톤의 구절입니다. “Rulers should be careful about what songs are allowed to be sung.”
(2011년 11월 2일)